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과는 너무도 다른 여러 드라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병원에서 만나 생활하고 있다. 이것 역시 또 나의 아주 주관적인 감상이 되겠지만, 표현/정제되지 않은 그 사람들 사이의 얘기와 감상이 너무나 복잡하고 진정 가슴을 치기 때문에 어지간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그것을 표현하기란 쉽지않은 것같다.
물론 힙합도 뭣도 노래 한곡도 인생전반에 걸친 두근거림과 경험의 조화라고도 할 수 있고, 뭔가 그 비트의 신남, 색채의 단순선명한 조화에 열광할 수 있다. 하지만 뭔가 어떤 인생의 서사적 은유 또는 추상적 가치의 은유를 꾀한 예술을 접할 때에, 더욱 비판적인 팔짱으로 끼게 되는 이유는 아름답지 않아서라기 보다..아이고..그래서? 이렇게 되어버리기 때문일 거다. 언젠가 철학을 대학에서 '전공'한 소설가가 자기의 미술작품 수집한 걸 전시한 콜렉터의 방 중의 한 관을 보았는데, 개념미술이래봤자 문학작품의 한 구절보다도 시시하기때문에 자기는 그거 보기 싫다고 한 글을 본 적있다. 아마 그런 비슷한 이유로 병원의 보호자들-십년 넘게 삶과 죽음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간병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며 온갖 달고 쓴맛을 보는 사람들이 예술을 즐길 여유도 없거니와 뭔가 느끼지도 않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힘든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수성가한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같다. 아예 처음부터 여유로운 사람들일지라도 그 여유를 느껴 동물적으로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접하지 예술적 열정이 있어서 찾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같다. 너무 비관적인가? 하지만 병원의 어른들을 보면 정말 거의 그런걸..
아무튼 세상의 비열함, 부조리함이 곳곳에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한 감정의 평온, 열광, 감동, 동감 같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결국 예술을 이해하거나 행하거나 해서 가까이할 수 있는 것일 것같다. 그리고 정말 경험했거나 많이 생각했거나 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던지 아니면 추구하는 가치가 무시무시하게 치열하던지 해야 훌륭한 예술가라는 평(진짜 훌륭한 예술가며 예술이 평하고 같으냐는 둘째치고)을 얻는 것같다.
어떤 때는 사람들이 거기서 거기이기도 하지만 역시나 다른 건 너무나 다르다.
생각의 벽돌이 높이높이 쌓여야만 이해할 수 있는 꼬인 글귀, 천정에서 바닥의 반까지 닿은 단색으로 물들인 추상적인 그림들이건 순진한 아이들의 감수성의 결정체이건, 가려듣는 귀에 꽂히는 장인의 명연주이건 이런 것들이 그들에게는 전혀 감동도 울음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가요의 목놓아우는 목소리의 뻔한 써커스같은 기교나 그남자 그여자같은 가사가 차라리 잠깐 와닿으면 와닿았지, 예술이래봤자 애들, 아니면 세상 팔자좋은 사람들의 놀이 감상에나 지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예술은 생활과 굉장히 떨어져있어 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은 그저 오락거리이지 전통적인 예술의 '다마'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다마수로는 코웃음도 안쳐지고 그 사상마저 저질인 것들 - 금전만능, 패배주의, 상업주의, 인권유린에 가까운 성의 상품화 등등?으로 점철되어 있어 그나마 진짜 좋은 음악,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듣기는 더욱 어려운 것같다. 좀 어려움에서 동떨어져 대충 그래도 곱게 자란 우리에게 좋았던 국내 인디록이나 힙합등을들을 들려주기가 민망한 게 이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얘 왜이렇게 어린양하냐, 겉멋이나 팍들었구나, 아이고 시끄러, 서울의 밤?을 새벽의 노원역앞의 노숙자, 일용직 노동자들, 밤새 토한 여자들이라면 웃기고 있네. 이런 이야기를 하고 말거다.
아예 낯설은 soulscape의 브라질리언 믹스같은 것은 예외..이건 사람들이 아예 귀기울이지도 않고 대충 편안한(사람들이 상상력의 한계 내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에 잠깐 마음을 놓고 cf배경음악모음씨디에요?하고 물어보기는 하니까..
아이고 그런데 이것도 또 어떤 면이 그런 거지 또 '미칠 것같은 이 세상'을 듣고 좋아하는 노동자들도 있고 하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도 같고..
하여간 요즘은 기준이 좀 세워지나 싶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아무 것도 모르겠고, 진심이면 통하는 건지 뭔지도 잘 모르겠다. 예전처럼 확실히 한 문장을 말하지도 못하겠다. 한문장을 끝내기도 전에 정반대의 예가 떠오르는 바람에..
아무튼 오늘은 의국 방에 돌아와보니 들리는 음악이 문밖의 상황과 너무나 안어울려 잠깐 부정적인 생각이 또 들었던 거였다.. |